의료칼럼

[간암 원인과 치료법] 간염 안돼야 간암 안된다

작성일 : 2023-10-24 조회 : 697

간염·지방간 등으로 염증 반복돼 ‘섬유화’
환자 85% 만성 B형 간염·만성 C형 간염 원인
오른쪽 윗배 통증·복부 팽만감·체중 감소 등 증상
최근 방사선 색전술·절제술·이식으로 완치 사례 늘어
B형 간염 예방접종 필수… 생활 속 운동·식이 요법으로 예방
 


간은 ‘침묵의 장기’라고 하여,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통증이 없기에 즉각적인 대처가 힘들다. 그만큼 간 질환은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매년 10월 20일 기념하는 ‘간의 날’을 맞이하여 현재 우리나라 간암 발병률은 남녀에서 어떠한지, 어떤 원인과 치료 방법이 있는지 알아본다.

2022년에 발표된 중앙암등록본부 자료에 의하면 2020년에 우리나라에서는 24만7952건의 암이 새로이 발생했다. 그중 ‘간암’은 남녀를 합쳐서 1만5152건, 전체 암 발생의 6.1%로 7위를 차지했다. 발생 건수로는 남성에서 1만1150건으로 남성의 암 가운데 5위를 차지했고, 여성에서는 4002건으로 여성의 암 가운데 7위를 차지했다. 남녀를 합친 연령대에서는 60대가 28.5%로 가장 많았고, 70대가 25.4%, 50대가 22.7%의 순이었다. 조직학적으로는 간세포암이 75.1%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으로 간내담도암이 18.6%를 차지했다.



◇원인= 간은 재생 능력이 매우 탁월하지만, 간염, 음주, 지방간 등으로 인해 오랫동안 염증 증상이 반복되면 정상 세포가 파괴되고 다시 회복 과정에서 흉터가 조직처럼 대체된다. 이를 ‘섬유화’라고 한다. 섬유화가 심하고 광범위하게 되면 ‘간경변증’으로 진행하거나, 나아가 ‘간암’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이 밖에도 우리나라 간암의 가장 흔한 원인에는 ‘만성 B형 간염’과 ‘만성 C형 간염’이 있다. 우리나라의 간암 환자 중 75% 정도가 B형 간염바이러스를, 10% 정도가 C형 간염바이러스를 가지고 있어, 합하면 전체 간암의 85%가량이 간염바이러스와 관련이 있다.


◇진단 및 치료= 흔히 알고 있듯 간은 침묵의 장기로 불린다. 대부분 간암은 이미 상당히 진행된 상태에서 진단된다. 간암 발병 후에 증상은 오른쪽 윗배 통증과 복부 팽만감, 체중 감소, 심한 피로감, 소화불량 등이며, 간경변증 환자에게 간암이 발생하면 갑자기 황달이나 복수(腹水)가 심해지기도 한다. 대부분 암이 진행된 뒤에 나타나는 증상이며, 증상이 전혀 없었다든지 모호한 상태에서 건강검진을 받다가 암이 발견되는 경우도 있다.


간암으로 진단되면 암의 진행 정도, 간의 기능 정도(차일드-퓨 등급), 전신 상태(수행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치료 방침을 결정한다. 최근 간염에 대한 항바이러스 치료제들이 널리 사용되고, 영상의학 검사의 발전과 암 조기 검진 확대 실시가 맞물리면서 간암이 초기에 진단되는 사례가 늘었는데, 이에 따라 근치적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외과적 간 절제술과 간 이식을 통한 완치 사례가 증가하였다. 특히 항암화학색전술과 고주파 열치료 등 국소 치료법의 발달, 새로운 방사선치료법과 표적치료제와 면역치료제의 개발에 따른 항암 치료 기법이 발달하면서 간암의 치료 효과는 그야말로 비약적인 발전을 보이고 있다.


창원한마음병원 소화기내과 이창민 교수는 “최근 건강보험에서 급여화된 방사선 색전술은 종양의 크기가 크고, 환자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 시행해 종양의 크기를 줄이거나, 환자의 건강이 수술을 할 수 있을 정도까지 호전되는 시간을 벌 수 있다”라며 “고령 환자에서 적합한 치료 옵션으로서, 항암화학색전술이 여러 번 시술해야 하는 번거로움과 시술 후 발열, 복통, 구토 등의 합병증이 생기는 경우가 흔하지만, 방사선 색전술은 치료 효과가 강력함에도 불구하고 색전후 증후군이 거의 발생하지 않고, 1회의 시술로 완치 혹은 생존율 연장의 가능한 시술이라는 장점이 있다”라고 방사선 색전술을 활용한 치료법에 관해 전했다.


◇예방= 간암의 가장 확실한 예방법은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도록 조치하는 것이다. 또한, 간경변증은 그 원인이 무엇이든 간암의 위험을 높이므로 별다른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인 검진이 필수다. B형 간염 예방접종을 반드시 실시하여 항체를 형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단 방어항체가 생기면 B형 간염에 걸리지 않고 간암 발생의 위험도 덜게 된다. 그리고 만성 B형 간염에 있는 환자들은 정기적인 검사를 통해 간경변증이나 간암을 초기에 발견하여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고, 항바이러스 치료제를 복용함으로써 간경변증으로 진행하는 것을 막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C형 간염 바이러스는 바이러스의 다양한 변이로 인해 예방접종 백신을 개발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정기적인 항체 검사를 통해 바이러스 감염을 조기에 발견한다면 경구 항바이러스 치료제를 통해 C형 간염 바이러스 박멸을 기대할 수 있다.


또 중요한 예방법 중 하나는 음주를 절제하는 것이다. 특히 알코올성 간염이나 간경변증이 있는 경우에는 절대적으로 금주해야 하며, 술의 종류와 관계없이, 섭취한 알코올의 총량과 음주 빈도에 따라 간질환이 발생하므로 가능한 한 적게 먹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여성의 경우에는 적은 음주로도 간 손상을 일으킬 수 있으니 더욱 조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당뇨, 비만 등의 대사 이상과 관련된 지방간 질환이 있는 환자들은 체중 관리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이분들은 음주 없이도 간경변증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체중과 체지방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생활 속에서 항상 운동과 식이 요법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


간암의 대부분에서 간경변증 등을 동반하여 수술이나 간 이식과 같이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치료는 대략 30% 전후의 환자에서만 시행된다. 따라서 여전히 다른 암보다 생존율이 낮은 편이지만, 과거보다는 현저히 향상되어 5년 상대생존율이 1993~1995년 11.8%에서 2016~2020년 38.7%로 올랐다. 서구의 경우, 5년 상대생존율이 15% 전후임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간암 치료 수준은 세계적으로도 매우 우수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질병에 노출되었다고 하더라도 전문 의료진을 찾아 적극적인 치료를 고려하되, 그 무엇보다 가장 좋은 치료법은 ‘예방’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준희 기자 jhlee@knnews.co.kr


도움말= 이창민 창원한마음병원 소화기내과 교수